나는 왜 소비하는가

 애니바디의 세상 이야기 

나는 왜 현명하지 않은 소비를 지속하는가 


나만의 생각이긴 하지만 내 스스로 생각하는 나의 장점은 내가 그리 머리가 좋지 않다는 걸 누구보다 스스로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나름 명문대를 나오긴 하였으나 대학을 졸업하고 일을 하면서 내가 그렇게까지 머리가 빨리 돌아가지 않는다는 진실을 드디어(?) 알게 되었다. 그래도 스카이라고 불리는 대학교를 가서 머리가 명석하다고 스스로는 생각해 왔는데 남들과 비교하지 않더라도 나는 그리 머리가 좋은 축에는 들지 못 한다는 걸 뒤늦게서야 깨닫고는 생각보다 크게 상심했다.

특히 자신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깨닫게 되는 나이가 되면 모두가 그렇지 않을까.

그래도 김은숙 작가도 인터뷰에서 언급한 것처럼 능력이 대단하지 않으면 누구보다 노력하면 된다. 나 역시 누구보다 능력치가 달리는 사람이긴 하지만 누구보다 부지런하고 성실할 자신은 있다. 

그리고 나의 강점은 꾸준함이다. 

한 번 시작하기로 마음 먹으면 몇 년을 쉬지 않고 정진할 수 있다. 감정의 기복이 큰 편은 아니어서 한 번 시작하면 기분에 따라 행동이나 태도를 바꾸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런 나에게도 최근 가장 큰 불만인 점은 있다.

바로 소비에 대해서는 너무나 유혹에 약하다는 사실이다.

물론 내가 심각할 정도로 과소비를 하거나 불필요한 물건들을 사는 건 아니라는 거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 물건을 왜 소비했는지 돌아 보면 딱히 적절한 답을 찾지 못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도대체 이 쓸데없는 물건이 뭐라고 적지 않은 돈을 주고 구입한 걸까. 

나의 쇼핑 역사는 시기 별로 다르다. 

승무원으로 여기 저기 돌아다니던 시절 비싼 물건을 사기에는 부담스럽고 해서 저렴한 의류 같은 걸 도시를 갈 때마다 사 모으던 적이 있었다. 물론 지금은 그렇게 구입한 옷들을 거의 가지고 있지 않다. 그 당시에는 분명 괜찮아 보여서 샀는데 집에 와서 다시 보면 입지 못할 옷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코로나 당시에는 왜인지 화장품에 모든 걸 투자하고 싶었다.

그 당시 피부가 처지는 느낌이 유독 들었는데 사실은 몇 년 전부터 시작된 노화이지만 시간이 많고 할 일이 없다 보니 거울을 유심히 들여다 볼 일이 많았고 상상 이상으로 늙어 버린 내 모습에 내 스스로가 적응이 안 될 정도였다.

비싼 돈을 들여서 병원에 가는 건 내 상황에 맞지 않으니 좋다고 소문난 화장품들을 구입하기 시작했다. 한 번 사면 몇 년은 쓰는 걸 매달 구입했으니 나중에는 처치 곤란이었고 역시나 화장품은 피부 노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러던 내가 요즘 많이 변하긴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없는 소비가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는 다이소에서 불필요하지만 가성비가 좋은 물건들을 자주 구입하는 나를 발견하고는 소비의 중독은 마약이나 술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다.


아무리 천원 짜리 저렴한 물건이라고 해도 필요없는 물건은 결국 낭비일 뿐이며 결국 환경 오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래도 다이소 덕분에 비싼 화장품을 더 이상 안 쓰게 되었다. 

5천원만 주면 겨울에 바를 보습 크림을 준비하는 데 전혀 부족함이 없다. 

과거만 해도 최소 10만원 정도는 투자해야 겨울을 대비한 피부 보습 준비를 마칠 수 있었으나 이제는 만원 이하면 가능하다. 게다가 요즘 다이소는 옷도 만든다. 최근 들어 옷은 정말 안 사게 되는데 겨울이 조금 추워서 내복을 구입하게 되었고 유니클로에서 2만원 가까이에 파는 제품을 다이소에서는 5천원에 구입할 수 있었다.

분명 품질에 차이가 있겠지만 어차피 한 철 입고 말 거여서 크게 부담이 없다. 

하지만 항상 다이소에서 현명한 소비 만을 하는 건 아니다.

분명히 필요 없는 물건인데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와 나름대로의 합리화로 저렴한 물건들을 구입하는 일이 점점 더 잦아지고 있어서 자제가 필요하다. 

이런 걸 보면 나도 결핍이 상당한 사람이었다. 

해소되지 않은 결핍들을 다이소에서 해결하는 기분이랄까. 그걸 알게 되었을 때 순간 기분이 안 좋아서 이것도 병이다 싶었으나 어느 정도 분출구는 필요해 보이긴 해서 크게 개의치는 않았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보자면 이것도 분명 잘못된 행동이다. 

결국 소비로 해결되는 건 아무것도 없기에 그러하다. 

그래서 요즘은 다이소를 가도 크게 마음이 동요하지 않는다.

그리고 몇 번을 생각해 보면서 구입을 망설인다. 

결국 필요하다고 사도 결국 지혜롭게 쓰지 않는 물건이 아무리 다이소라고 해도 절반이 넘는다. 

그런 의미에서 명상을 해 볼까 하는 마음도 든다. 

결국 나의 마음을 다스리는 건 내 마음을 잘 들여다 보는 방법 밖에 없기 때문이다. 분명 이유 없이 무슨 행동을 하고 있다면 내 안의 결핍이 다른 방향으로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것일테니 자신을 한 번 들여다 보는 시간을 가지기 바란다. 

나 역시 마음을 조용히 하고 나를 다시 한 번 들여다 봐야 겠다. 

더 이상 다이소에서 쓸데 없는 소비는 자제해야 겠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일기: 블로그 강의 후기

소비 하지 않는 즐거움

승무원 내내 했던 현실적인 고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