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하지 않는 즐거움

 애니바디의 일기 

나는 이제 더 이상 과하게 소비하지 않기로 했다 


사람은 합리적인 동물이다.

아니

합리적으로 생각하려고 

그리고

행동하려고 애쓰는 동물이다. 

나 역시 그러하다. 

선택의 순간에서 나는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며 노력한다. 그렇다면 무엇보다 나를 설득해야 한다. 이 물건을 사야 하는 소비 선택의 순간에서도 나는 손실을 보고 싶지 않다. 이 물건이 나에게 필요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는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나를 설득하기 시작한다. 

이미 마음은 사기로 결정했지만 나를 속여야 하기에 필요하다고 나를 세뇌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결국 나는 물건을 소비하는 결말을 맞이 한다. 누군가의 말처럼 나는 소비하면서 존재하는 자본주의 동물이다. 

객관적으로 보면 

나는 소비를 거의 하지 않는 사람이다. 

옷도 잘 안 사고 돈이 많이 들어가는 자동차를 몰지도 않는다. 그러다 보니 크게 돈이 나갈 일이 별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의 유혹은 도처에 존재한다. 내가 필요할지도 모를 물건들의 광고가 구글이나 인스타그램을 사용하다 보면 자주 눈에 들어 온다. 최근에 한 번 손 세정제를 검색했다가 거의 모든 영역에서 다양한 손 세정제 광고가 나오는 걸 보고 소름이 돋기도 했다.

한 번은 

주름 제거 관련 화장품을 구입한 이후 거의 모든 피드에서 관련 광고가 뜨는 걸 보고 경악하고 말았고 이를 또 소비하는 나를 보고 재차 경악했다. 내가 이렇게나 유혹에 약한 인간이었던가. 그리고 이런 식의 광고는 또 얼마나 그럴 듯한가. 화장품을 한 번만 발라도 모든 노화가 사라질 거 같은 느낌을 제공해 준다.

그래 결국 느낌이다. 

나는 또 속는다.

소비는 결국

마약과도 같다.

일단 공포 마케팅은 역시나 효과가 크다. 내가 늙어서 주름이 자글자글한 모습으로 변할 거라는 공포는 노화를 마주한 40대 초반 남자에게 효과가 없을 수가 없다. 나는 결국 소비의 유혹에 굴복하고 말았고 결국 과대 광고로 포장된 화장품을 구입했으나 예상대로 내가 기대한 효과는 전혀 없었다. 

예상한 결말이지만 

나 역시 효과가 없을 거라고 알았지만

이런 소비가 몉 번이고 반복된다는 게 비극이다. 

그리고 

다이소

다이소는 마성의 다이소라고 불릴 정도로 구경만 하러 갔다가 어느 순간 만 원 이상을 사고 나오는 곳이다. 이 정도면 도박장과 별반 다르지 않다. 분명 필요한 게 없었는데 다이소를 들어서는 순간 필요한 게 무진장 많이 생긴다. 나도 이런 경험을 여러 번 했다. 노다지가 아닐 수 없다. 

객단가는 저렴하지만 이걸 모아두고 보니 돈이 꽤 된다. 

한 달 뒤에 결제할 카드값은 내가 돈을 도대체 어디에서 쓴 건지 의심하게 만들지만 세부 내역들을 보면 하나같이 다 내가 결제한 것들이다. 가볍게 들린 인터넷 쇼핑몰이나 지나가다 들린 다이소나 노브랜드 그리고 마트에서 결제한 제품들의 목록이 한 가득이다. 

이런 식으로 

나는 카드값으로만 달에 백만원을 넘게 쓰는 사람이었다. 물론 내 소득 수준을 따진다면 많다고 보긴 어려우나 도대체 어디에서 이 많은 돈을 쓴 건가 싶다. 그래서 나는 결심한다. 이제는 소비를 조금 현명하게 해봐야 겠다고. 꼭 필요한 게 아니면 절대로 구입하지 않겠다고.

굳은 결심을 한다.

그래서 이번 달 카드값은?

무려 40만원 정도가 나올 예정이다. 

거의 1/4이 줄어 들었다. 

필요 없는 물건을 사지 않다 보니 돈을 쓸 일이 없다. 생각해 보면 나는 소비를 하면서 나의 낮은 자존감을 채워 갔던 게 아닌가 싶다. 돈을 써야지만 내 존재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것처럼 행동했다. 그러더ㅏ 보니 소비를 하게 되면 당장은 기쁘지만 사고 나서는 필요 없는 물건들을 보면서 자괴감을 느끼게 된다.

결국 소비는 그 무엇도 해결해 주지 않는다.

오로지 쓰레기만 남을 뿐이다. 

화장품도 거의 매달 그리고 다이소에 갈 때마다 저렴이로 사왔는데 어차피 화장품은 하나 사면 최소 반년은 쓰기 때문에 그렇게 자주 살 이유가 전혀 없었다. 혹시나 필요할 까 봐 사는 물건들 중 정말 필요한 물건은 10%도 안 된다는 걸 나는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게다가 나는 기초 화장만 하는데 많은 화장품이 필요하지도 않다. 

그렇게 

나는 소비와 점점 멀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 남는 시간에 책을 읽기 시작했다. 

앞으로도 나는 더욱 더 소비를 하지 않을 생각이다. 이제 필요한 옷도 화장품도 없다. 화장품은 사실 최소 1년은 전혀 구입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많다. 아무리 반값 할인이라는 딱지가 붙어 있어도 당장 필요하지 않으면 낭비일 뿐이다. 

그 간단한 진실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참으로 늦긴 하였으나 

나의 2025년 목표는 소비 절제로 잡았다.

극단적인 절약은 아니지만 이렇게 불필요한 물건을 소비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돈이 확연하게 절약이 된다는 게 신기하다. 그동안 나는 얼마나 쓸데없는 소비를 하며 살아온 걸까. 다시 한 번 반성하게 된다. 

소비 역시 중독이다.

그 중독의 고리에서 이제 벗어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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