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은 과연 지금도 쇼핑의 천국인가
애니바디의 홍콩 참견
홍콩이 쇼핑으로 유명하다는 것도 옛말이다.
과거만 해도 홍콩으로 쇼핑을 하시러 오는 한국인들이 정말 많았다.
아니 굳이 과거만이 아니라 내가 홍콩에서 지내던 2010년대에도 홍콩은 쇼핑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어디를 가도 중국인들이 쇼핑몰이나 유명 상점 앞에서 줄을 서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홍콩에 살던 내 입장에서는 저기를 줄까지 서면서 갈 일은 아닌 거 같은 상점 앞에서도 장사진을 이루는 이들을 보면서 신기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
한국인들도 한국인들에게만 유명한 장소 앞에서 줄을 서며 장사진을 이루었다.
특히 제니 베이커리라는 홍콩 유명 제과점 앞은 평일 그리고 주말을 막론하고 항상 인산인해였다. 나도 가족들에게 한 번 선물로 주려고 지인들과 함께 줄을 선 적이 있는데 거의 30분 이상 기다려서 쿠키 한 통을 받을 수 있었다. 당시에는 워낙 사재기가 많아서 일인당 살 수 있는 갯수가 정해진 터라 무한대로 많이 살 수도 없었지만 나는 어차피 한 통만 살 거라 크게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나와 같이 기다리던 한국인들과 중국인들 그리고 대만인들은 손에 가득 쿠키 통을 들고 상점을 나왔다. 지금 생각해도 신기한 건 일본인들은 별로 없었다는 점인데 일본에서는 유명하지 않은 건지 아니면 일본인들에게는 그다지 취향이 아닌 건지 지금까지도 조금 궁금하긴 하다.
우리가 흔히 아는 제니 베이커리는 종류가 하나 두개 정도인데 가게 앞을 가서 대형 메뉴판을 보면 쿠키 종류만 20개 가까이 되어서 선택 장애가 오긴 한다. 그래도 그냥 남들이 다 사는 거 사면 된다. 더 웃긴 건 여기는 지금도 현금만 받는 걸로 유명하다. 상점 안에서 쿠키를 굽는 건 아니고 쿠키는 아마도 공장에서 굽고 판매만 허름한 상점에서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셩완과 침사추이 쪽에 판매점이 각각 하나씩 있는데 어딜 가나 줄이 길어서 각오를 하고 가야 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로는 그래도 사람이 별로 없어서 코로나 시절에는 가끔 사다가 먹고는 했던 기억이 난다. 그 시절에는 관광객이 전혀 없어서 1초도 기다리지 않고 바로 구입을 할 수 있었다.
요즘은 어떨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나와는 조금 거리가 있지만 홍콩은 명품 매장이 정말 많다.
침사추이 그리고 센트럴 할 거 없이 명품 매장들이 즐비해 있는데 명품 거리를 가면 롤렉스 단독 매장이 거의 편의점 수준으로 자리하고 있어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어쩌다 보니 회사 동료들을 따라서 샤넬을 비롯한 명품 매장을 홍콩에서 유독 갈 일이 많았는데 유명 매장같은 경우는 번호표를 받고 기다려야지만 들어갈 수 있었다. 홍콩 달러 환율이 한창 오름세였을 때에도 일부 명품 가격은 한국보다 저렴한 경우도 있었기에 홍콩에서 사면 확실히 이득이긴 하였으나 한국에 들어갈 때 내는 세금을 생각해 보면 크게 메리트가 없어서 어느 순간부터는 다들 홍콩에서는 명품을 구입하지 않았던 기억도 난다.
확실히 명품은 유럽이 가장 저렴한데 그래서인지 승무원 시절에도 유럽 비행이 나오면 시내로까지 굳이 가서 명품을 구입하는 동료들이 은근히 많았다. 특히 본인 물건보다는 남들에게 부탁받은 샤넬부터 에르메스 제품까지 구입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내가 보기에 지인들 부탁이라기 보다는 에르메스 백을 살 정도면 분명히 전문적으로 명품 되팔이를 하는 걸 어렵지 않게 짐작해 볼 수 있다.
홍콩은 우리 나라와 달리 현금을 제외하면 명품 가방같은 건 승무원이 들고 들어와도 크게 문제 삼지 않아서 이런 식으로 되팔이하는 승무원들이 은근히 많았다. 한국에서는 엄연히 범죄이지만 홍콩에서는 아무도 문제 삼지 않았다.
오히려 홍콩은 현금이나 담배 관련해서 까다로울 뿐 명품 가방은 몇 개를 들고 와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한 나라에서는 범죄이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범죄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걸 보면 법도 참 상대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금같은 경우는 전세계 어디나 불법이기에 승무원이 아니더라도 누군가 금을 밀반입 해달라고 부탁하면 단칼에 거절하는 게 좋다. 그리고 금이 아니어도 누군가 짐을 들어 달라거나 물건을 다른 나라로 옮겨만 달라고 해도 절대 들어 주면 안 된다. 이걸 은근히 모르시는 분들이 있던데 절대로 하면 안 된다.
세금도 없고 세관도 느슨한 홍콩이지만.
사실 지금은 미국 달러와 연동되는 홍콩 달러 역시 너무나 올라서 홍콩에서 명품을 쇼핑하는 게 크게 메리트가 없다. 오히려 홍콩이 더 비싼 경우가 대부분이고 세금을 생각하면 한국에서 사는 게 오히려 더 이득이다.
환율 그리고 국가보안법으로 홍콩이 변했고.
그렇게 된 이후로 홍콩으로 명품 쇼핑을 오는 사람들도 많이 사라지고 있다.
최근 유튜브에서 홍콩 여행을 가서 영상을 찍어 오는 유명 유튜버들이 굉장히 많은데 알고 보면 거의 다 홍콩 관광청의 협찬이라는 걸 알 수 있다. 홍콩은 금융의 중심지이기는 하지만 최근 들어 싱가포르에게 많이 밀리고 있어서 관광을 밀고는 싶은데 생각보다 사람들이 홍콩으로 여행을 잘 오질 않아서 관광업도 상황이 좋지는 않다.
그리고 사람들이 와도 전처럼 명품 쇼핑을 하는 것도 아니기에 더 그렇다.
코로나 전만 해도 중국 부자들이 와서 명품 매장에 당당하게 들어가 여기부터 저기까지 다 달라고 하는 일이 실제로도 있었다고 들었다. 명품 만이 아니라 세금이 없는 홍콩에서 보석이며 금이며 사다 날랐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도 이제는 옛말이 되었다.
과거 중국의 경기가 좋았을 시절에는 그래도 중국인들이 어느 정도 차지하는 비중이 있었는데 지금도 물론 중국인들이 홍콩에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과거 중국의 경기가 좋았던 시절을 생각해 보면 중국인들의 지갑도 많이 얇아진 게 사실이다.
이제 중국인들은 명품이 아니라 기저귀와 분유같은 필수품들을 주로 구입한다. 물론 과거에도 그러했으나 이제는 그런 경향성이 더 뚜렷해지고 있다.
게다가 예전에는 종종 오던 한국인이나 일본인들도 더 이상 홍콩으로 놀러 오지 않으면서 정부 차원에서 마케팅을 하는 거 같은데 내 주변에서도 일본은 가도 홍콩으로 놀러 가는 분들은 거의 없어서 체감상 홍콩이라는 도시가 주는 여행지로서의 매력이 많이 하락한 거 같기도 하다.
나야 물론 홍콩에서 오래도록 살아서 가끔 홍콩을 가고 싶기는 하지만 내가 만약 주변 지인들에게 홍콩이 여행이나 쇼핑으로 좋은 곳이라고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을 거 같지는 않다.
쇼핑?
환율이 나빠진 뒤로는 뭘 사도 손해이고 이제는 서울에도 외국의 유명 브랜드들이 많이 들어와 있어서 홍콩에만 단독으로 있는 매장도 그리 많지가 않다. 과거와 비교해 보면 오히려 서울에서만 볼 수 있는 브랜드들도 많이 생겼다.
이제 홍콩 만의 장점이 많이 사그라지는 느낌이다.
구경 거리?
홍콩은 작은 도시이기에 구경 거리가 그리 많지 않다.
그나마 한국에 없는 디즈니랜드가 있기는 한데 가까운 도쿄 디즈니랜드와 비교해 보면 규모 면에서 너무나 열악한 수준이어서 어차피 비슷한 돈을 쓸 거라면 도쿄 디즈니랜드를 추천하는 사람들이 많다. 테마 파크가 아니어도 홍콩에서 볼 수 있는 명소는 한국도 있는 게 대부분이어서 특히 차이점이 거의 없기는 하다.
먹거리?
그나마 이게 가장 괜찮은 편인데 그 이유는 홍콩에서 10년 정도 산 입장에서 보자면 한국은 홍콩 음식을 제대로 하는 식당이 거의 없는 편이고 특히 딤섬은 홍콩과 단순 비교해도 수준 면에서 많이 차이가 난다. 차라리 한국 음식같은 경우 외국이 더 잘 하는 경우도 있기는 한데 홍콩 음식 만큼은 홍콩이 훨씬 잘 하긴 해서 홍콩 음식을 제대로 먹어 보고 싶다면 무조건 홍콩을 가야만 한다.
개인적으로 유행에 민감하지 않고 중저가 브랜드를 저렴하게 사고 싶다면 공항 근처 퉁청 아울렛을 추천한다. 명품 브랜드는 거의 없긴 하지만 스포츠 브랜드나 나름 인지도가 있는 브랜드를 저렴하게 특히 주말에는 많이 살수록 더 저렴하게 판매한다.
이제는 홍콩을 쇼핑을 하러 일부러 가라고 추천하지는 못 하지만 그래도 홍콩은 독특한 매력을 가진 여행지다.
일본이나 대만 그리고 베트남 여행에 지친 사람들에게는 홍콩 여행을 추천하고는 싶다.
내가 살았던 곳이어서 이기도 하지만 홍콩 특유의 매력은 다른 도시에서 찾기 어렵다. 호텔도 잘만 고르면 저렴한 곳이 많으니 여행 경비가 아주 많이 들어가지도 않는다. 홍콩은 지하철인 MTR이 굉장히 잘 되어 있으니 호텔을 구할 때 비싼 택시를 매일 타고 다닐 게 아니라면 MTR 역에서 적어도 걸어서 10분 이내에 있는 호텔을 구하도록 하자.
이제 쇼핑을 하러 가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여전히 홍콩은 관광지로 그리고 여행지로 매력이 넘치는 곳이다.
그리고 홍콩에 왔다면 딤섬은 꼭 먹어 보자.
한국과는 차원이 다른 맛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곳은 팀호완인데 본인의 취향에 맞게 유명한 맛집 아무데나 가서 먹어도 다 맛있다.
글 쓰다 보니 홍콩을 가고 싶기는 하다.
올해에는 힘들고 내년 초에나 중반기 정도에 한 번 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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